"인상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흔히 타고난 이목구비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같은 얼굴로 미간만 살짝 찌푸려 보면 알 수 있듯, 인상의 상당 부분은 뼈대가 아니라 움직임이 만듭니다. 같은 사람이 웃을 때와 무표정일 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이 글에서는 표정 연구의 고전인 폴 에크만의 작업에서 출발해, 표정 근육의 습관이 어떻게 인상으로 굳어지는지, 그리고 가만히 있는 얼굴이 왜 오해를 사는지 살펴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몫은 생각보다 큽니다.
에크만이 확인한 표정의 문법
심리학자 폴 에크만은 1960년대 말 파푸아뉴기니의 포어족을 찾아갔습니다. 서구 매체를 접한 적 없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표정 사진을 고르게 했더니, 행복·슬픔·분노·공포·혐오·놀람 같은 기본 감정의 표정을 상당히 일관되게 알아보았습니다. 표정이 문화마다 제각각 학습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문법을 상당 부분 공유한다는 증거였습니다. 물론 이후 리사 펠드먼 배럿 등은 표정과 감정의 대응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맥락의 역할이 크다고 반박했고, 이 논쟁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한 가지에는 동의합니다. 사람들은 얼굴의 미세한 움직임을 끊임없이 읽고, 거기서 상대의 상태를 추론한다는 것입니다.
FACS, 표정을 해부한 좌표계
에크만은 월리스 프리센과 함께 1978년 얼굴 움직임 부호화 체계(FACS)를 만들었습니다. 표정을 "웃음", "찡그림" 같은 뭉뚱그린 이름 대신, 눈썹 안쪽 올리기·입꼬리 당기기처럼 개별 근육 움직임 단위(액션 유닛)로 분해해 기록하는 체계입니다. FACS 덕분에 연구자들은 미소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정교하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입꼬리만 올라가는 미소와 달리, 눈둘레근이 함께 수축해 눈가가 접히는 이른바 뒤셴 미소는 실제 즐거움과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눈이 안 웃는다"고 느끼는 직관에는 해부학적 근거가 있었던 셈입니다. 오늘날 표정 인식 소프트웨어 상당수도 이 액션 유닛 개념 위에서 동작합니다.
표정 습관은 얼굴에 남습니다
표정은 순간의 신호로 끝나지 않습니다. 자주 쓰는 근육의 움직임은 반복되면서 습관이 되고, 세월이 지나면 주름과 근육의 긴장 패턴으로 얼굴에 흔적을 남깁니다. 모니터를 볼 때마다 미간을 찌푸리는 습관은 미간 주름으로, 자주 웃는 습관은 눈가와 입가의 웃음 주름으로 남는 식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표정이 얼굴이 된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타고난 골격이 인상의 밑그림이라면, 수십 년의 표정 습관은 그 위에 덧칠되는 물감입니다. 밑그림은 바꾸기 어렵지만 물감은 지금부터라도 고를 수 있습니다.
무표정은 왜 오해받을까
"화났어?"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화나지 않았는데 가만히 있는 얼굴이 화나 보이는 현상, 흔히 말하는 레스팅 페이스입니다. 토도로프 연구진의 연구가 힌트를 줍니다. 사람들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중립적인 얼굴에서도, 그 구조가 특정 감정 표정과 닮아 있으면 해당 감정과 성격을 읽어냅니다. 입꼬리가 살짝 처진 사람은 불만스러워 보이고, 눈썹 사이가 좁은 사람은 화나 보이는 식입니다. 감정을 읽는 회로가 감정이 없는 얼굴에까지 과잉 적용되는 것으로, 당사자의 실제 기분이나 성격과는 무관합니다. 첫인상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부정확하게 형성되는지는 첫인상의 속도에서 자세히 다룹니다.
인상은 바꿀 수 있는 부분이 큽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얼굴로 성격을 알 수는 없지만, 표정은 실제로 신호를 보내고 사람들은 그것을 읽습니다. 그리고 골격과 달리 표정은 습관의 영역이라 바꿀 수 있습니다. 거창한 훈련이 아니라, 대화할 때 미간의 힘을 풀고 눈으로 웃는 연습 정도로도 전달되는 인상은 달라집니다. 사진에서는 효과가 더 큽니다. 같은 얼굴도 표정과 각도, 조명에 따라 전혀 다르게 찍히기 때문인데, 구체적인 요령은 사진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MBTI 얼굴상 분석기로 재미용 얼굴상 테스트를 해볼 때도 무표정 사진과 미소 사진을 비교해 보면, 표정 하나가 얼굴의 분위기를 얼마나 바꾸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Ekman, P., & Friesen, W. V. (1971). Constants Across Cultures in the Face and Emo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Ekman, P., & Friesen, W. V. (1978). Facial Action Coding System. Consulting Psychologists Press.
- Ekman, P., Davidson, R. J., & Friesen, W. V. (1990). The Duchenne Smile: Emotional Expression and Brain Physiology II.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 Oosterhof, N. N., & Todorov, A. (2008). The Functional Basis of Face Evalua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 Barrett, L. F., Adolphs, R., Marsella, S., Martinez, A. M., & Pollak, S. D. (2019). Emotional Expressions Reconsidered. Psychological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